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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스핀독재자’들…명품 정장 뒤에 숨긴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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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자가을
작성일23-10-24 11:34 조회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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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24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에 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침공국인 러시아 역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틴 정부는 반전시위대를 무차별 체포하고 있다. 정부가 ‘특수작전(special operation)’이라고 규정한 침공을 ‘전쟁(war)’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징역 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운영하던 ‘노바야 가제타’ 등 이전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독립언론들을 모두 폐쇄시켰다. 자유주의적 학자와 언론인들을 무더기로 반역자로 규정하며 체포하고 있으며,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도 모두 차단했다.


2000년부터 집권한 푸틴은 전쟁 이전까지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과 비교되었다. 무차별 처형, 대량살인, 강제수용소 등 공포정치의 상징인 스탈린에 비해 푸틴의 독재는 그나마 야당과 미디어의 활동에 다소 유연하였다. 국민들의 해외여행과 해외 인터넷 사이트 접속도 허용했다.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유튜브를 통해 푸틴과 측근들의 부패를 고발하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푸틴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이탈리아 와이너리 등 1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폭로한 보도이다. 유튜브 폭로로 시위가 확산하자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총리직에서 해임했다. 이러한 사건은 스탈린 독재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처럼 제한적으로나마 정부 비판을 허용하는 푸틴의 통치방식을 서구 학자들은 신스탈린주의(Neo-Stalinism),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 주권적 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 현대적 권위주의(modern authoritarianism)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푸틴식 독재는 지금까지 헝가리, 튀르키예, 베네수엘라 등으로 날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포퓰리즘(populism), 극단적 민족주의(ultra-nationalism), 개인숭배에 기반한 현대판 독재의 확산이 21세기 자유민주주의에 가장 큰 도전이라고 우려하였다.




민주적 제도 이용해 민주주의 전복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지난 2월 “오늘날의 독재는 좌우를 막론하고 ‘저강도 강제(low-intensity coercion)’의 토대에 구축되어 있다. 헝가리, 러시아,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독재의 목표는 같다. 사회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새로운 독재의 방법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여 대중적(popular)이 되는 것이다. 현대의 독재자들은 스스로를 민주주의 상징과 수사로 뒤덮지만,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점진적으로 반대파를 약화시키고 침묵하게 만든다. 새로운 독재는 헌법과 의회제도 내에서 작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 UCLA의 다니엘 트라이스만 교수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SciencePo)의 세르게이 구리에프 교수는 최근 21세기형 독재를 연구한 ‘스핀독재자들(Spin Dictators): 21세기에 변화하는 독재의 민낯’이라는 연구서를 출판해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스핀독재’라는 말은 ‘스핀 닥터(Spin Doctor)’라는 용어에서 유래한다. 스핀 닥터는 궁지에 몰린 정치인을 구해내는 홍보전문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뛰어난 기지나 임기응변을 발휘하지만, 묘수나 꼼수로 평가될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군복을 입고 폭력으로 협박하던 20세기 독재자와는 달리 ‘스핀독재자’는 단정하게 명품 정장으로 등장한다. ‘스핀독재자’의 목표는 독재이지만 방식은 스탈린과 같은 공포를 사용하지 않는다.


트라이스만과 구리에프는 현대의 독재는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독재와 구분된다고 분석한다. 소련의 스탈린, 나치 독일의 히틀러, 중국의 마오쩌둥, 크메르 루즈의 폴 포트 등 20세기 독재자들은 공포(terror)를 권력기구의 핵심요소로 사용했다. 그들은 정적(政敵), 계급의 적, 소수민족들을 상대로 테러와 대량학살을 저지르며 지배했다. 중국은 여전히 20세기형 ‘공포 독재(fear dictatorships)’의 중요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스핀독재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스핀독재자들은 어느 정도는 시민을 살해하는 일 없이 지배한다. 그들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감옥에 처넣는 정도로 자제한다. 그들 성공의 결정적 요인은 바로 민주적 제도를 이용하여 민주주의 자체를 전복하는 능력이다. 스핀독재자 대부분은 계획대로 선거를 실시하고, 야당을 용인하고, 독립 미디어를 허용한다. 스핀독재자들은 정상적인 민주적 정치인들의 행동을 모방하여 타운홀 미팅도 진행하고,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러시아의 푸틴,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스핀독재자들이다.




선거제도 조작·미디어 통제


스핀독재자들은 영악하게 영구집권을 획책한다. 현대의 독재체제는 정권을 잡으면 두 가지 기본기를 사용한다.


첫째, 스핀독재자들은 일단 선거에서 승리하면 선거제도를 조작하여 야당이 승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들이 주로 쓰는 방법은 극단적 선거구 조작(gerrymandering)과 투표 관련 기계 조작 등이다. 국가자원을 마구 착취하여 독재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그들은 정부계약을 통해 민간부문에 정권에 봉사하는 후원자를 만들어 집권당을 지원하고, 야당에는 재정지원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스핀독재자들은 카리스마 있는 자유주의자들이 정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부지런히 음모를 꾸민다. 러시아에서는 2015년 인기 있는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가 암살당했다. 나발니 같은 반체제 비판인사들을 거짓혐의로 투옥했으며, 조작된 혐의로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둘째, 스핀독재자들은 미디어 및 다른 형태의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스핀독재자들은 정보지형을 변형시키는 일을 통해 집권한다. 러시아의 경우 국가가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거나 권력에 충성하는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 등이 미디어를 소유하는 방법 등으로 정보지형이 변형되었다. 체제 비판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미디어들도 남지만, 구독자들은 적고 영향력도 교육받은 계층에 국한된다. 국영 TV와 같은 대중적 미디어는 지도자가 장악하게 된다.


스핀독재자들은 현실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왜곡하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홍보한다. 푸틴과 결별한 보좌관인 글렙 파블로브스키는 선거를 “미디어 기술을 이용하는 특수작전”이라고 표현했다.


현대 독재자에게는 체제의 성공보다는 적(敵)을 악마화하는 것이 우선시된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에게 적은 조지 소로스, EU(유럽연합), 이민자, ‘성적인 과격주의(sexual radicalism)’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며, 최근 선거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 푸틴에게는 경쟁자뿐만 아니라 반역자, 음모자, 인민의 적, 나치스, 비정상적 인간들 등 무수한 적들이 있다.



실용적이며 비이념적이다


스핀독재자들은 실용적이며 비이념적이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예외이다. 헌신적인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그는 사회주의 정책을 선포하여 에너지자원이 풍부하고 번영하던 나라를 굶주리는 나라로 만들었다. 차베스를 따라 하는 스핀독재자는 없다. 현대의 독재자들은 경제문제에는 실용적이지만, 공통의 적과 공통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유주의(liberalism)을 증오하며, 다원주의(pluralism)를 경멸하며, 지식인과 세계주의자들(cosmopolitans)을 조롱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을 증오와 공포가 혼합된 감정으로 바라본다.


현대 독재자들은 문화를 완전히 바꾸려 하고 역사를 재해석하려 한다. 푸틴, 오르반, 차베스, 에르도안은 학교와 문화기관에 다른 버전의 역사를 강요해 왔다. 서구적이라고 간주되는 제도들을 폐지한다. 비판적 예술가들과 작가들을 학대하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문화인들을 출세시킨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처럼 스핀독재자들은 해외로 야망을 분출한다. 헝가리의 오르반은 루마니아와 인접국에 살고 있는 헝가리인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며, 유럽 전역에서 포퓰리스트 선동가들을 격려한다. 우고 차베스는 자신의 모델인 ‘볼리바르 사회주의(Bolivarian Socialism)’를 미주대륙 전역에 수출하려 하였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은 범튀르키예주의를 주창하며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영향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스핀독재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데 낙관한다. 그들 낙관의 핵심에는 20세기부터 시작된 민주주의 확산을 포함하여 글로벌한 변화를 넘어서는 ‘현대화 칵테일(modernization cocktail)’이 있다. 현대화 칵테일은 경제적 세계화(economic globalism), 탈산업사회 질서(postindustrial order)의 생성, 그리고 자유주의적 질서(liberal order)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화 칵테일은 독재자들과 포퓰리스트들이 탄압하려는 조류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것들은 현대 국가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질적 요소들이다. 저자들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의 적극적 저항”만이 스핀독재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니엘 트라이스만은 지난 7월 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금은 공포에 기반한 보통의 독재이다”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정치탄압이 크게 늘어나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재가 가중되는 변화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 사회와 경제가 끊임없이 현대화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2012년부터 러시아에는 인터넷 사용이 대규모로 증가하여 5G 통신도 가능해졌으며, 유튜브에는 정치적 담론이 등장했다. 나발니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한 인물인 동시에 변화를 상징한다. 또 하나의 원인은 국민들의 가치가 변화하여, 표현의 자유와 시위에 대한 권리 요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푸틴은 이를 지켜보다 2019년에 당시까지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보안기관에 더 많은 폭력을 구사하고 더 많은 사람을 구금할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였다고 드라이스만은 분석했다.



새롭게 등장한 스핀독재자들


세르게이 구리에프는 “진짜 변화는 전쟁 이후에 벌어졌다. 푸틴은 스핀독재자로 남기를 원했다. 그는 이 전쟁을 2014년 크름반도 병합처럼 단기적 무혈 승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2022년까지 독립 미디어들을 폐쇄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 첫날부터 그는 독립미디어들을 놔두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2022년 경험은 공포에 기반한 독재자가 되는 일이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인지를 알게 해준다. 석유값이 올랐지만 러시아는 30년 이래 최악의 경제불황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트라이스만은 “지속적인 현대화나 경제위기의 압력에 직면한 많은 스핀독재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공포의 독재에 의존한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에서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벌어진 일이나,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에서 마두로로 정권이 승계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트라이스만은 “그러나 이는 문제를 동결할 뿐 해결책은 아니다. 이는 사회현상이나 저항세력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경제를 결정적으로 쇠퇴하게 할 뿐이다. 스핀독재자들은 통제를 위하여 더욱 정교한 수단을 사용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현대화가 지속되고 글로벌화가 지속된다면, 그리고 나라가 외부와 더욱 많이 연결된다면, 스핀독재자들도 견디지 못하는 지점이 도래한다. 그러면 스핀독재자들은 민주주의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공포 독재로 회귀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라이스만은 스핀독재의 모델은 푸틴 이후 헝가리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지난 1월 집권한 토카예프가 이전 권력자인 나자르바예프의 스핀독재를 지속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민주주의와 스핀독재의 경계선에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트라이스만은 이어 세르비아가 새로운 스핀독재로 등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선거부정, 비판적인 미디어에 대한 세무조사, 국가 광고비를 친정부 미디어에만 집행하는 것, 자유주의적 언론인에 대한 중상비방 등의 수법으로 스핀독재로 향하고 있다. 그는 스핀독재자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인도의 모디 총리나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처럼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후에 스핀독재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를 막는 것은 시민사회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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